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축산물 수급과 가격 변동을 분석·예측하는 농업관측센터를 두고 있으며 여기에는 곡물·원예·축산 등 분야별 관측팀이 있다. 축산관측 전문가는 사육마릿수·도축량 등 수급에 영향을 주는 지표를 분석해 축산시장의 미래를 예측한다. 한봉희 축산관측팀장을 만나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곡물축산관측실 축산관측팀’. 한봉희 전문연구원이 팀장을 맡은 축산관측팀의 정확한 부서명이다. 한 팀장을 만난 곳은 농촌경제연구원 본원이 있는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가 아닌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 있는 농업관측 세종사무소다.농업관측센터는 2021년 7월 기존 농업관측본부 체계에서 센터로 확대·개편됐고 같은 시기 세종사무소가 설치됐다. 정부와의 협업 및 분야·부문별 전문가 자문회의 개최를 위해 세종사무소가 필요했다. 현재 사무소로 이전해 개소식을 연 것은 지난해 12월 1일이다.
축산관측 전문가의 업무에 대해 묻자 한 팀장은 “데이터를 통해 축산시장의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라고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축종별 사육마릿수, 도축량, 국제 곡물가를 포함한 해외 동향 등 축산시장 공급과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다각적인 지표를 분석해 최적의 수급전망을 도출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관측정보가 축산업의 이정표가 되고 분석 결과가 수많은 농가의 경제적 결정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심리적 부담감이 적지 않아 숫자 하나에 담긴 책임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직업이라고 한다.
“제 분석이 농가에는 경영 판단의 근거가 되고 시장에는 가격 안정의 기반이 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관측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한육우·젖소·돼지·산란계·육계·오리 등 주요 6개 축종의 관측정보를 분기별로 발표한다.축산관측은 축종별로 이뤄진다. 한육우·젖소·돼지·산란계·육계·오리 6개 축종의 관측정보를 분기별로 3월·6월·9월·12월 첫째 주에 발표한다. 육계관측은 농촌경제연구원 주관 농업전망대회가 있는 1월과 2월을 제외하고 매월 발표한다.
관측 발표문에는 축종별 수급 동향과 가격 전망 등이 실린다. 한육우관측은 ▲사육마릿수 동향 ▲송아지 생산 마릿수 동향 ▲배합사료 동향 ▲곡물 수입단가 지수 ▲중·단기 사육마릿수 전망 ▲도축 마릿수 동향 ▲중·단기 도축 마릿수 전망 ▲쇠고기 수입량 등 사육 및 공급정보와 함께 ▲한우 산지 가격 ▲한우 도매가격 ▲쇠고기 소비 동향 ▲한우 도매가격 전망 등 가격 및 소비정보가 게재된다.
실시간 동향 파악, 분석모델 고도화 도모
“어린 시절 부모가 젖소를 키우고 지금은 오리농장을 운영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습니다. 축산 현장의 땀방울을 직접 보고 자란 환경이 축산업과 축산관측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을 심어줬습니다.”
한 팀장은 대학에서 농업경제학을 전공하며 경제적 통찰력을 기르는 동시에 동물자원학 수강을 병행하며 이론과 실무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더 정교한 관측시스템을 연구하고 전문성을 확보하고자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하며 전문가로서 기반을 다졌다. 축산관측은 데이터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업무이기에 정해진 틀에 갇히기보다 분석 주기와 현안에 맞춰 주도적으로 일과를 운영한다.
“매일 아침 담당 품목의 가격과 도축 동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하루를 시작하죠.”
한 팀장은 수급에 영향을 줄 만한 각종 지표와 지수 관련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는 한편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사육·유통·시장 등 각 분야 자문위원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동향을 파악한다.
특히 관측의 정교함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방법론이나 최신 연구보고서를 탐독하며 분석모델을 고도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축산관측 전문가에게 성실함과 꼼꼼함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통계의 사소한 오류가 농업인에게 경영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스스로 잡도리하곤 합니다.”
한 팀장은 모든 분석 과정에서 숫자 하나하나의 정확성을 집요하게 확인하고, 보이지 않는 변수까지 세밀하게 살피는 끈기가 축산관측 전문가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라고 했다. 숫자에 오류가 없도록 기본에 충실한 태도와 함께 다양한 통로의 소통과 현장을 강조했다.
또 숫자를 정확히 읽는 능력만큼 중요한 것이 ‘현장의 맥박’을 짚는 감각이라고 한다. 데이터가 모든 것을 말해 주는 것 같지만 때로는 숫자로 포착되지 않는 현장의 목소리가 결정적인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방역 문제로 현장 방문이 어려운 시기일수록 현장과 소통이 더 필요합니다.”
분석 결과 정책 반영 시 성취감 커
가축과 축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살아 있는 생명체’를 다루는 일이라 변수가 매우 많다. 가축전염병은 예고 없이 찾아와 기존 관측치를 바꿔 놓곤 한다. 이같이 예측 불허의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때는 베테랑도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시기에 축산관측 전문가의 역할이 가장 빛났다.
“‘관측 속보’를 통해 질병 발생에 따른 수급과 가격 변화를 정밀하게 전망하고, 이를 기초로 실효성 있는 정부 대책이 마련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저희 분석이 시장 혼란을 막는 ‘방파제’로 기능했다는 뿌듯함이죠.”
축산관측 전문가로서 가장 큰 자부심은 관측정보가 우리나라 축산업의 이정표가 된다는 점이다.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가격 폭락이나 폭등을 방지해 농가에는 안정적인 소득을,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분석 결과가 정책에 반영돼 시장이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볼 때 성취감이 크다.
축산관측팀은 실제 상황과 어긋나지 않도록 발로 뛰며 얻은 목소리를 끊임없이 대조하며 정확성을 높이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한 팀장은 농가와 정부가 실제 의사 결정을 내릴 때 믿고 참고할 수 있는 내실 있는 관측정보를 꾸준히 제공하는 것이 소박하지만 분명한 목표라고 했다.식탁에서 육류가 차지하는 비중과 축산업의 위상을 고려하면 축산관측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란 예측이다.
축산관측 전문가는?
축산관측 전문가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같은 기관에서 축산물 수급 동향과 가격 변동 등을 파악하고 분석해 축산시장을 예측하는 전문직이다.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의 축산관측팀은 주요 축종별 사육 동향과 출하량 또는 도축량, 곡물과 사료 시장 동향, 가격·소비 동향 등을 분석해 중장기 시장전망 등 관측정보를 발표한다.
현장 조사, 통계자료 수집과 분석 등 데이터 활용능력을 갖추고, 축산 경영과 사양관리 등 축산 현장에 관한 이해도 필요하다. 농업경제학·일반경제학·통계학·축산학·경영학 등 관련 분야 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좋다.
가격 형성 원리를 다루는 경제학 관련 수업, 분석 모형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통계학 관련 수업, 가축 사육에 관한 수업도 이수하면 도움이 된다.
농촌경제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의 경우 학위 기준이 대개 석사 이상이다. 축산 분야 축산기사, 축산산업기사, 축산기능사, 스마트농업관리사(축산 부문) 자격증과 데이터·통계 분야 사회조사 분석사, 데이터 분석전문가 또는 준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하면 유리하다.
공공기관이나 연구소 채용 시 일정 수준 이상의 외국어 성적이 필수인 경우가 많으니 어학 실력도 갖추면 좋다.
<농민신문 3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