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5일은 예수의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절이었다. 기독교 신자들이 달걀을 주고받는 풍습이 이어져온 날이다. 이 부활절 달걀의 영어 표현인 ‘이스터 에그’는 다른 의미로도 쓰인다. 영화·소설·게임 분야에서 창작자가 숨겨둔 상징이나 기능을 뜻하는 용어로서다.

일례로 이병헌 감독의 천만 영화 ‘극한직업’(2019)에서 왕갈비통닭을 맛보던 불륜 커플은 감독의 전작 ‘바람 바람 바람’(2018)과 ‘닭강정’(2024)에서도 똑같은 옷을 입고 등장한다. 숨은 연결고리를 발견한 관객은 색다른 재미를 느낀다.

하지만 어떤 ‘이스터 에그’는 발견하는 순간 서늘함과 함께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올 부활절을 전후해 물가정책의 중심에 선 달걀이 그렇다.

정부는 3월26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민생 물가 부담을 해소하겠다며 3∼4월 중 미국·태국·브라질산 신선달걀 471만개를 추가 수입한다고 밝혔다. 앞서 1∼2월 들여온 미국산 224만개를 더하면 올들어 4월까지 수입한 외국산 신선달걀은 695만개가 된다. 특히 브라질산(135만개)이 수입되는 건 민간·국영 무역 통틀어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해 브라질산 달걀에 반입 빗장을 열어주는 중요한 결정을 세차례 내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3월26일 브라질산 종란·초생추·식품용란에 대해 수입위험평가를 진행한 결과 합격점을 줬고, 5월2일엔 ‘지정검역물의 수입금지지역’ 고시를 시행해 신선달걀 수입 허용 국가에 브라질을 신규 포함했다.

공교롭게도 이 결정 직후인 5월15일(현지시각) 브라질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농식품부는 관련 규정에 따라 이틀뒤 브라질산 닭고기·달걀의 수입을 금지했지만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5월23일 브라질 고병원성 AI에 ‘지역화’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6월21일 ‘브라질산 가금육 및 가금생산물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개정·시행하며 ‘지역화’ 결정을 내렸다. 브라질 내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지 않은 주에서 생산된 닭고기·달걀은 국내로 들여올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스터 에그’의 묘미는 창작자가 숨겨둔 진짜 의미를 찾아내는 데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지난해 브라질산 달걀 수입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결정을 내린 것은 무슨 뜻이었을까. 어쩌면 그것은 농축산물 가격이 오르면 그때그때 수입하면 된다는 속내를 담은 ‘이스터 에그’ 아니었을까. 오해이길 바란다.

<농민신문 4월 8일>